오랜만에 이야기 해보고 싶은 영화가 나와서 티스토리를 열었다. 파묘는 2월 내내 나를 설레게 했던 기대작. 빠짐없이 작품을 챙겨봤던 감독의 작품이기도 하다. 전 작인 사바하를 매우 감명깊게 보았다. 그 영화의 음침하지만 성스러운 분위기를 매우 좋아했던 기억이 났다.
'파묘'는 챕터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크게 보면 두 파트로 나누어진다. 우리가 기대하는 파묘, 이젯동안 봐왔던 한국의 오컬트적인 스토리는 첫 파트에서 끝난다고 보면 된다. 내 개인적 감상으로는 내가 파묘에서 기대하는 것은 첫번째 관을 화장하는 장면까지였다. 사실 상 그 장면에서 영화가 끝났어도 되었을 정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감독은 이 영화의 두번째 파트를 통해 새로운 느낌을 내고 싶었던 것 같다. 물론 이 감독이 계속 해오던 한국 오컬트, 퇴마물의 한계가 있는 것도 맞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발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험한 것'의 등장부터 전혀 다른 톤의 영화가 되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다. 실체하지 않기에 느껴지는 서늘함, 공포감과 거구의 존재가 눈 앞에 있을 때 뿜어내는 위압감, 두려움은 전혀 다른 느낌이고, 다른 장르로 통한다. 한 영화에서 이 둘을 한번에 다루다 보니 조금은 갑작스러운 변화라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코즈믹 호러적 공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험한 것'의 등장이 설레기는 했지만, 축축하고 음침한 공포가 정체를 드러내며 점차 퇴치해야되는 괴물 수준으로 변질되어버린 것이 아쉬움이 강했다.
결말에 대해서 말하다 보면 이 영화의 변화를 하나 더 언급하게 된다. sns상에서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에 비해서는 상업적인 영화라는 이야기를 보았는데, 영화의 엔딩 부문에서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했다. 일반 관객들도 만족하고 찝찝한 느낌 없이 극장을 떠날 수 있는, 깔끔한 닫힌 결말. 전작들에서 보여주었던 흐릿하게 페이드아웃 되는 듯한 결말과는 다른 느낌을 주었다. 확실히 여운은 덜 남았다.
등장 캐릭터나 영화에서 시도하는 색다른 컨셉에 대해서는 정말 극찬하고 싶었다. 누가 이런 조합과 이런 캐릭터들을 생각해낼 수 있었을까. 특히 '봉길' 과 '화림' 캐릭터는 정말 독특하고 생동감 있는 캐릭터들이었기 때문에 인상 깊었다. 젊은 무당, 게다가 조금은 MZ스러운..
전체적으로 뒤로 갈 수록 기대했던 것과 달라진 영화였지만, 그럼에도 너무나 좋은 점이 많았기에 추천할 수 있는 영화. 재미있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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