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해

[2]

2019. 4. 28. 00:55

 

친구 중에서 늘 술을 마시면 전화를 거는 친구가 있다. 고등학교 친구라고 해봤자 서너명에 달하는 친구들이 끝. 그중 가장 먼저 원하는 꿈을 이루고 행복해보일거라고 ( 나 혼자 예상했던 ) 친구였다. 안 그래도 친구가 적었고 주사가 있는 친구는 더 적었다. 전화를 받는 것은 더욱 익숙하지 않았고, 술에 취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친구와 어느정도 능숙하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뜬금없는 타이밍에 전화는 끊어졌다. 길지도 않은 통화를 하며 간간히 근황을 물어보면 친구는 바빴고, 힘들어보였다. 문득 통화를 하다 나에게 잘 지내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지. 그럼, 잘 지내지.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대답하고도 나는 잠시 침묵했었다. 잘 지내면 됐지, 그래. 그러면 됐지… 발음이 뭉개져서 잘 들리진 않았지만 너는 대충 그런 말들을 했었다. 그 말을 며칠동안이나 곱씹었는지 모르겠다. 누군가가 안부를 물어오는게 너무나 생소한 일이라서. 마치 내 구역 어딘가를 침범당한 기분이였다. H가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새벽 1시, 28일 4월. /목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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